2014/01/26 15:02

15cm Hochdruckpumpe, 독일의 초장거리포 프로젝트 Military History



15cm HDP(Hochdruckpumpe) - 고압 펌프라는 뜻 - 는 19세기 중반부터 꾸준히 시도된 다약실(multi-chamber) 포가 좀 더 발전된 기술로 현실화된 버전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발사된 포탄이 포신내에서 일정 거리를 진행하여 압력이 낮아지는 순간 순차적으로 포신 옆에 추가된 약실에서 추진체를 연소시켜 발사 직전까지 높은 압력으로 발사체를 추진시키는 개념이었습니다. 여담으로 긴 튜브옆에 붙은 여러개의 연소실 때문에 'Der Tausendfussler'(노래기)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합니다.

15cm HDP 의 기본 개념도

앞 서 언급하였듯이 이러한 기본 컨셉은 이미 1880년에 두 미국인 Lyman과 Haskell 이 시도하였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였으나, 그들이 만든 시제품은 최초 장약 점화 후 포탄이 미처 추가 연소실을 빠져나가기 전에 장약이 점화하는 경우가 많아 발사체가 가속을 받는게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아 포구를 떠나지도 못하게 되어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1881년 Haskell의 Accelerating Gun
1883년 Lyman과 Haskell의 Accelerating Gun 시제품
1892년 Haskell의 Multi-charge Cannon

Lyman과 Haskell 이후 이러한 다약실(multi-chamber) 포의 아이디어는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었으나,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하고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Röchling Stahlwerke AG사에서 독일의 수석연구원 Herr Cöenders는 자신이 개발중이던 화살 모양의 발사체에 적합한 추진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입수한 여러 문건을 조사하던 중 1차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놀라게 했던 파리 포(the gun of Paris)를 능가하기 위해 연구중이던 기술조서를 발견하게 되고 곧 이 물건이 자신이 연구중이던 화살모양의 포탄에 적합하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15cm HDP, 후일 V-3의 발사체

1943년 그와 연구원들은 20mm구경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테스트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히틀러에게 보고되었고, 아직 실험도중에 있는 기술(로켓트)을 이용한 V-1, V-2 보다는 종래의 포라는 개념을 사용한 이 프로젝트가 더 이해하기 쉬웠는지 히틀러는 육군병기국과는 독립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권한을  Cöenders에게 부여하였고 15cm HDP에게는 히틀러의 3번째 복수병기 즉, V3라는 명칭이 부여되게됩니다.

1943년 8월 독일의 야포 15cm s.F.H.18의 포신 6개를사용한 축소 모델의 실험이 Hillersleben의 사격시험장에서 개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포신에 수직으로 연결된 약실에서 정확한 발화 타이밍을 위해 전기식 격발로 포를 발사할 생각이었으나, 이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못하였고 결국 포신을 지나가는 발진체에 뒤이어 들어오는 추진체의 연소 불꽃을 사용하여 연속적익 격발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변경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Lyman과 Haskell의 실패처럼 추진체의 조기발화 문제가 발생했습니만, 이는약실의 밀폐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었고, 그러자 다시 맨 마지막 4~5개의 약실에서는 추진체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격발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속출하여 이는 추가되는 약실의 개수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 졌습니다.


15cm s.F.H.18의 포신을 이용한 시제품의 포미부분


이러한 트러블의 속출과 그 개선작업이 병행되는 가운데 드디어 150미터의 튜브길이를 자랑하는 본격적인 물건이 폴란드 발트해 연안의 Misdroy에 제작되게 되며 1944년 1월 이 병기의 구체적인 스펙이 공식적으로 보고되게 됩니다.

  • 사정거리 : 150~160 km
  • 튜브의 직경 : 15cm
  • 발사체의 무게 : 140 kg
  • 발사체의 길이 : 3m
  • 탄두 장약량 : 30 kg ( 21cm 박격포탄 2발 분과 동등)
  • 포구 초속도 : 1500 ~ 1700 m /sec
  • 최종 돌입속도 : 800 m /sec
  • 비행시간 : 약 3분 (150 km 가정)
  • 발사각도 : 50도,돌입시 각도 70도
  • 발사속도 : 튜브 당 2~3 발 / hour

1944년 1월 19일Misdroy에서 최초의 사격이 실시되어 1100 m /sec의 포구 초속도를 실현 관련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44년 3월 25일 까지 이어진 일련의 실험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게 됩니다. 빠른 초속도로 발사되는 포탄은 안전성을 잃어버리기 일수였고, 발사를 실시할 때 마다 심각한 튜브의 변형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는 장약실에 액체화약 "Myroi"를 이용하기로 하였으나 이 화약은 폭발시 5000 kg / 제곱센티미터 의 압력을 발생시켜 연소실을 파괴시켰기 때문에 사용 불가 판정을 받습니다.

Misdroy에 설치된 15cm HDP

이런 실행상의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프로젝트의 일시 정지가 진지하게 고려되었으나, 이미 20,000여개의 V-3의 부속품이 완성되어 있었고, 페네뮨데에 이루어진 연합군의 폭격때문에 V-1, 2의 연구 스케쥴도 지연되자 테스트의 실험결과가 나오기 전에 런던에서 165 km 떨어진 프랑스의 Miyoyecques(칼레 근방)에 발사기지를 건설하는 결정이 내려지게 됩니다.

지하기지 구조도

한편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기술진들은 포탄의 질량을 66 kg (탄두 6kg)으로 낮추면 프로젝트 실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나, 한편으로 이렇게 낮아진 위력은 지금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여 이루어진 노력을 정당화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실시된 개량, 측면 연소실을 45도 각도로 설치 추가 연소의 가속력을 향상


비록 독일군은 철저한 위장을 실시했지만 연합군은 항공 정찰을 통하여 공사 현장 부근에 쏟아져 나오는 토사의 양으로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고, 정확한 용도가 무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독일이 무언가 중요한걸 하고 있다는 건 눈치채서 일련의 폭격을 실시, 미처 포가 설치되기도 전에 기지를 파괴시킵니다.

폭격후의 항공사진

폐허가 된 기지

기지도 파괴되었고 설상 가상으로 연합군의 상륙으로 발사 장소마저 잃어버려 런던 포격의 꿈은 물건너 같지만, 15cm HDP는 독일의 마지막 반격인 아르덴 공세에서 2문의 포가 조립되어 44년 12월 30일 ~ 1945년 1월 2일에 걸쳐 첫번째 포가 앤트워프에 34회 두번째 포가 룩셈부르크에 44회의 발사를 실시하여 그래도 실전참가 기록은 남긴 채 이 포는 연합군의 반격 직전에 파괴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끝으로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미군 조사 중 촬영된 사진

미군이 조사중인 발사체 3개


[참고문헌]

IAN V. Hogg (2013), "German Artillery of World War Two", Frontline Books, pp. 88-90


P.S.

덧글에 유에Yue님이 남겨주신대로 이 포는 후일 건담 MS 이글루라는 CG 에니메이션에서 지온군의 함대 저격용 초장거리포 '요르간문드'로 무려 우주세기에 화려하게 부활합니다...ㅎㅎㅎ


덧글

  • 유에Yue 2014/01/26 15:05 # 답글

    ...요르문간드?! 과, 과연... 그게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 Orca 2014/01/26 15:18 #

    아 그 이야기를 빼먹었네요...ㅎㅎㅎ 건담 MS 이글루에서 우주세기에 부활하는군요...ㅋㅋㅋ
  • 토나이투 2014/01/26 15:19 # 답글

    파리캐넌때도 그렇고 진짜 덕국 친구들은 길고 굵은 존ㅅ, 아니 대포에 집착하는군요 ㅎㅎ
  • Orca 2014/01/26 15:22 #

    머 미국도 Little David에 나중에 Atomic Cannon도 나오니까요...ㅎㅎㅎ

    아 Project HARP도 있군요...ㅋ
  • Ya펭귄 2014/01/26 15:48 # 답글

    "(2차대전의 비밀 무기 중) 하나의 비밀 무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 폭탄 뿐이었다." by 월리엄 머레이 교수.

    그러고 보면 독일은 로켓을 만들고 미국은 원자폭탄을 만들어 둘이 결합하게 되면.....(이하생략)
  • Orca 2014/01/26 17:03 #

    머 사실 전후에 그렇게 흘러갔죠 ㅎㅎㅎ
  • 아빠늑대 2014/01/26 16:38 # 답글

    과연 이라크가 저걸 만들어 쏴 봤더라면 어땠을까요.
    미 제국주의자들이 방해만 하지 않았더라면 세기의 초장거리 포를 시...(응?)
  • Orca 2014/01/26 17:05 #

    결과는 모사드에 의한 암살ㅋ
    아래 링크 참조하세요ㅎ

    http://html2.free.fr/canons/saddam.htm
  • Orca 2014/01/26 17:18 #

  • ㅇㅇ 2014/01/26 18:19 # 삭제 답글

    실전참가는 했네요
    그대로 아작난줄 알았는데
  • Orca 2014/01/29 18:20 #

    어찌저찌 실전 참가의 기록은 남겼는데, 그 포격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아무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4/01/26 18:20 # 답글

    독일의 과학력은 보면 볼수록 참 시대를 뛰어넘었습니다.
    종전 후에 me-262를 몰아본 사람이 평가하기를 50년대 미국 제트기하고 그다지 차이가 안 났다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만들어낸 기체가 모든 것이 풍족한 몇년 후의 기체하고 비등하다니.
  • 문제중년 2014/01/26 20:35 #

    Me262와 비슷하다고 평가됐던 그 1950년대 미국 제트기가
    록히드 P-80이고 이건 1944년에 계획해서 1945년에 이미
    날아다니고 있던 놈입니다.

    (시험비행사가 척 예거)

    더불어 저 P-80 도 1950년 한국전에서는 MiG-15보다 후져서
    대놓고 정면에 붙이면 죽는다는 소리 들었습니다.

    뭐 저기서 나온 T-33이 오히려 더 성공한 셈이긴 하지만.
  • Ya펭귄 2014/01/27 09:52 #

    죄송님// 사실 기반 기술 측면에서 별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바로 그 Me-262의 제트엔진도 축류식 압축기를 써서 동시기의 원심식 압축기를 쓴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앞선 듯 보여도 정작 압축률이나 엔진중량 등은 원심식에 밀렸거든요. 축류식 압축기가 원심식을 뛰어넘은 건 5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니...

    축류식 제트엔진이나 고출력 대형 전차엔진, 로켓 같은 선투자를 집행한 부분은 잘 나갔습니다만 전함과 같이 선투자가 어려웠던 영역에서는 연합국에 비해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참 그렇죠...
  • 2014/01/26 18: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9 18: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일화 2014/01/26 19:11 # 답글

    차~~~~~암 쓸모없는 것도 잘 만들어내는 군요. 물론 개발 당시에는 그럴 듯 하니 만들었겠습니다만, 저런 거 만든다고 끙끙댈 시간에 좀더 현실적인 노력을 더 했으면 싶은 생각이 드네요.
  • 긁적 2014/01/26 21:49 #

    성공만 했다면 쓸데가 있었겠지요.

    .... 아 물론 성공을 했다는 전제 하에 (....)
  • 문제중년 2014/01/26 20:33 # 답글

    저거 보면 기술 - 개발자란 놈들은 돈과 시간 걱정 없이 풀어두면
    별별 짓을 다할거란게 예상되죠.

    게다가 더 눈물겨운건...
    우리가 봐도 이건 아님 하고 중지는 하고 싶으나 들인 돈이 있어서
    못함 앙데~ 하다가 폭격 맞은 것.
    (프로젝트가 엎어졌심니다. 사장님이 분노하심니다. 하는 환청이
    들리는중... 아, 사장이 시킨 일이라고요? 이쯤 되면 사장은 발빼죠.)

    반면 뭔지는 몰라도 뭔가 공사중이고 레지스탕스 보고도 올라오고
    하니 폭격 때리고 보자 한 귀축영미도 무식하긴 매한가지.
    (별거 아닌데 하고 보니 대박나서 연말에 성과급 받는 입장.)


  • Orca 2014/01/29 18:22 #

    요즈음에는 IT 장비 및 소프트웨어 팩키지가 그런거에 해당될까요?...ㅎㅎㅎ

    요즘은 Big Data란 화두와 더불어 이제 In-Memory 방식의 DB까지 슬슬 깔리고 있으니까요...ㅋ
  • 대공 2014/01/26 20:46 # 답글

    그게 그 스페이스건으로 계승되는군요
  • Orca 2014/01/29 18:23 #

    그러게 말입니다...ㅎㅎㅎ
  • 긁적 2014/01/26 21:47 # 답글

    머... 멋져.......
  • Orca 2014/01/29 18:23 #

    ^^;;;
  • 하얀그림자 2014/01/27 09:11 # 답글

    저 후예가 대한민국에 있죠..대은하결전용 윤영하함의 76km주포..
  • Orca 2014/01/29 18:24 #

    말씀하신 스펙만 들어보니 행성파괴용 병기군요...ㅎㅎㅎ

    행성의 얇은 지각 뿐 만이 아니라, 맨틀까지 제대로 아작을 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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