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8 19:28

아베노믹스에 대한 짤막한 보충 Business









아베노믹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접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것이 거시경제 이론일 텐데 이게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다소 직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는게 사실인지라, 엄밀한 설명보다는 간단한 휴리스틱 정도로 보충해볼까 합니다.



통화정책의 효과



먼저 일본의 장기간에 걸친 문제가 통화정책 같은 걸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느냐, 이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통화정책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인식은 일본의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화폐적 현상'이고, 따라서 통화 정책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디플레이션과 엔고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문제는 모두 화폐 - 일본의 경우 엔화 - 의 상대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디플레이션은 엔화와 일본에서 소비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와 관련된 문제고, 엔고는 엔화와 달러와 유로 같은 타국 화폐와의 상대적인 가치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 문제는 공통적으로 엔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원인은 하나이고, 기본적인 해결법은 엔화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추는 겁니다. 이를 위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엔화의 공급을 충분히 늘려서 상대적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부터 탈출하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자 한다라는 말씀을 많으 들으셨을 것입니다.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나올려고 하니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킨다는 점은 직관적인데, 이를 위한 방법론(?)은 좀 보충이 필요합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즉 '기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 일본의 경우 일본은행 - 의 커뮤니케이션과 신호 그리고 '신뢰성'이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신뢰성'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뢰와는 다른 방향의 논리가 적용됩니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이 현재보다 높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합시다. 그런데 막상 미래가 현재가 되면 중앙은행은 근본적으로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과거에 발표한 높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 되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고 가계나 기업들이 '믿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은행이 애써 열심히 신호를 보낸 '미래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전혀 효과가 없게되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신호가 효과가 있으려면 미래에 경제가 정상상태로 복귀해도 적어도 당분간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가계와 기업이 믿어야 비로소 중앙은행의 '신호'는 효과가 발생하고 비로소 '기대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게 됩니다. 영어 자료를 보시면 중앙은행에 대해서 무슨 유행어처럼 나오는 "credible promise to irresponsible"이라는 표현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목표를 포기하고 통화량에 단기적 충격이 아닌 영구적인 충격이 가해진다는 것을 가계와 기업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신호를 주라는 것입니다.



유동성 함정



유동성 함정이란 쉽게 말해 명목 금리가 "0"에 근접 - Zero Lower Bound - 에 걸려 더 이상 명목금리를 내릴 수 없을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명목금리가 왜 (-)가 될 수 없느냐 하면 만약 예금 금리가 (-)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예금을 전부다 현금으로 찾아 명목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런데 유동성 함정에 빠지기 이전 실질금리는 총생산 Y와 인플레이션 π의 증가함수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Y가 잠재생산 수준 이상으로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증가하면 중앙은행은 실질금리를 상승시켜 - 유동성 함정이 아니므로 통화정책이 먹힙니다 -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목금리가 0이 되는 순간 어떤 일이 생기느냐 하면 실질금리 =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 여기서 명목금리 = 0 이므로 실질금리 = -인플레이션 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은 편의상 구분없이 같다고 보겠습니다.)




명목금리가 >0 일 때 r = r(Y,π) ..... 일반적인 경우, 통화정책이 작동

명목금리가 =0 일 때 r = -π ..... 유동성 함정, 통화정책이 무력화 됨 



일반적인 경우 GDP갭 - 경제가 잠재 생산능력 이하에서 운용되는 경우 - 가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이는 실질금리의 하락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다시 총수요가 늘어나서 경제는 다시 균형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유동성함정, 즉 명목금리가 = 0 일 때, GDP갭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이는 오히려 실질금리의 상승으로 연결되고, 이로인해 총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게 됩니다. (총수요 AD 커브가 우하향 곡선이 아님 ' > ' 모양으로 꺾어짐) 다시 말해 총수요 부족에서 경제가 다시 균형점으로 돌아갈 핵심 메커니즘이 없어지는 거죠.






유동성 함정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은 실질금리의 상승를 야기하여
오히려 총생산 Y는 하락







유동성 함정에서 총수요 곡선(AD Curve)는 더 이상 우하향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유동성 함정에서는 특이하고 어찌보면 직관에 반하는 경제적 처방 - 재정확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상승, 일본 정부는 아예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종용 등등 - 이 나오는 원인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MP커브를 하방으로 이동시켜

경제를 유동성 함정으로 부터 탈출시킬 수 있다.





방금 설명드린 내용은 그래프도 같이 보면 좋은데...그래프도 보고 싶고 더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실 분들도 계실테니 아래 [참고 문헌]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IS-MP 모델을 설명한 자료인데 90페이지 이후가 유동성 함정을 다룬 부분입니다. IS-MP모델을 처음 접하신 분은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만 있으시다면, 앞에서 부터 천천히 보셔도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정말 쉽고 친절하게 쓰여진 보기 드문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왕 말을 꺼낸거 이 자료의 저자인 데이비드 로메르 교수는 이 자료의 제목을 IS-MP Model 이렇게 한게 아니고 Short-run Fluctuations 이렇게 정했는데 정말 본질을 꿰뚫은 wording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여기서 제시하는 정책안 들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하여 경제를 jump start 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이런 주장을 하는데 공급 경제학 또는 장기 균형 등등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것은 먼가 핀트가 안맞는 겁니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세상 어디서나 wording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사실 중요한건 언어 구사력이 아니라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잘 파악하는 것이라는 거죠.ㅋ wording 말 나왔으니 경제학에서 wording의 정점은 합리적 기대가설(rational expectation hypothesis)이라고 생각합니다. 머 물론 대놓고 그런사람이야 없겠지만 이걸 비판하면 왠지 비판하는 사람이 비합리적(irrational) 같다는 이상한 포지션을 취한 것 같잖아요.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기를^^



[참고 문헌]



浜田宏一 (2012), "アメリカは日本経済の復活を知っている",  講談社

David Romer (2013), "Short-Run Fluctuations",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핑백

덧글

  • 일화 2013/07/28 21:43 # 답글

    보충설명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이해가 쉽네요.
    사족 : 원래 합리적 기대가설에 대한 대표적인 반박은 '사람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아'라는 것 아니었나요?
  • Orca 2013/07/28 22:03 #

    아 마지막은 농담삼아 쓴겁니다ㅋ

    본인 스스로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좀 이상하잖아요ㅎㅎㅎ
  • 둘리 2013/08/21 17:00 # 삭제 답글

    무책임 하겠다고 하는 책임있는, 믿을만한 약속을 아직 시장이 신뢰하지 않고 있는것 같습니다. 확신이 없는듯이 보여여..

    제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무책임 하겠다는 것 즉 채권자들에게 꾸준한 손실을 끼치겠다는 말이 영 믿음이 안갑니다.

    조금 양적 완화를 하다가 "역시 이 방법으로는 안되" 그러면서 거둬 들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 Orca 2013/08/25 17:37 #

    그래서 경제 주체들의 기대에 영구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도 한 번 참조해 주세요...^^

    http://note100.egloos.com/5757187
댓글 입력 영역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