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3 23:36

거시 경제정책의 흥미진진한 실험대 아베노믹스 Business


2012년 12월 26일, 일본 아베(安倍) 총리의 취임 불과 1주일전 지수 10,000을 돌파했던 니케이 지수는 그의 취임 이후 순항을 계속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승부수인 아베노믹스는 세개의 화살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화살은 2013년 1월 22일,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상향한다는 발표와 함께 쏘아졌다. 두 번째 화살은 2월 26일, 일본 내각이 13.1조엔(약 157.4조원)의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시위를 떠났다. 이에 힘입어 니케이 지수는 5월 22일 15,627까지 상승했다. 아베노믹스의 앞날은 장미빛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 니케이 지수는 14,483으로 7.3%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6월 5일 민간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 내용으로 한 아베의 세 번째 화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실망으로 가득했다. 6월 셋째 주가 끝난 현재 니케이 지수는 13000대에 머물러 있다.


아베노믹스의 주요 사건과 니케이 주가지수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아베노믹스는 한편으로 경제학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거대한 실험실이기도 하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은 일본이 수요 부족의 문제로 지속적인 고통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금리는 제로 금리하한(Zero Lower Bound)에 이미 접근하여 명목 금리를 더 이상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중앙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주된 정책 도구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금융완화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명목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제로금리 상황에서도 실질금리(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를 하락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999년에 이미 단기 명목금리(콜금리)가 0%에 접근했으며, 동기간 통화량도 상당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과 경제 침체로부터 탈출하는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금융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이러한 무력감에 대한 반동이 이번 아베노믹스의 골자라고도 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미 예일대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제자이기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가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 거부하자 시라카와 총재에 대한 공개서한에서 그를 ‘노래를 잊어버린 카나리아’라고 지칭하기도 했으며, 일본의 기존 정책에 대해 ‘경제학 200년의 상식을 무시하는 국가’ 등의 맹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취임 후 일본은행의 정책기조는 다시 일변했다. 일본 은행은 올해 1월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상향한다고 발표했으며, 신임 구로다(黒田) 일은 총재가 3월 취임한 후 4월에는 통화량을 2년 내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구로다는 ‘디플레 탈출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라는 말로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5월 중순까지 줄기차게 상승한 니케이 주가 지수와 100엔을 상향 돌파한 엔/달러 환율은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증명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고점대비 13% 하락해 13,230에 머무르고 있는 주가와 다시 100엔/달러를 하회하여 97엔 대로 주저앉은 환율, 그리고 무엇보다도 급상승한 장기 국채 수익률로 인해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일부는 아베노믹스를 아베노리스크(아베의 위험) 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베노믹스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거시 경제정책 관점에서 이 정책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는 관전자들에게 아베노믹스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실험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결과는 다시 경제학에 피드백되어 그 이후의 경제이론 및 정책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 문화교양지 정안 7월호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덧글

  • Faudhwang 2013/06/23 23:40 # 삭제 답글

    말 그대로 일반적인 경제학 기준에서 현재 아베노믹스는 독이 될 수 있는 단기처방이라 여태까지의 일본정부들도 알면서 안해왔던 일들이지만, 아베가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몰아붙이고 있으니 경제학 교과서에 추가될 사례 하나 생기는 세밍죠.
  • Orca 2013/06/23 23:46 #

    많은 경제학자들이 일본에 대해 더 과감한 금융완화 + 재정확대를 불황에서 빠져나오는 해법으로 제시했는데, 이번에 진짜 일본이 맘 먹고 돌진하고 있으니, 아베노믹스의 성패에 따라 수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겠죠...^^
  • IEATTA 2013/06/23 23:49 # 답글

    성공하면 국가의 강력한 정책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예제가 되겠지만
    실패하면 뭐...

    제가 보기에는 각종 외부변수들에 의해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싶어 염려스럽습니다.
    실패하면 그 여파는 일본만 흔들고 지나갈게 아니다보니..
  • Orca 2013/06/23 23:53 #

    저는 왠지 이번에는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지켜봐야죠...머...ㅎㅎㅎ
  • 동쪽나무 2013/07/19 22:56 # 삭제 답글

    본래 경제라는 것이 경제에서 끝나지 않고 외교,정치등과 아주 긴밀하게 역여서 흘러가는 것인데, 특히 일본같은
    중량급 경제력이면 주변국과 협조및 이해 조률이 매우 중요할 터인데도 작정하고 악감정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과연 아베 노믹스가 성공할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입니다
  • Orca 2013/07/20 03:34 #

    악감정이라...우리나라는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기업의 경쟁력 때문에 많이 부딪힐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지라...^^;;
  • 공간 2013/07/27 12:27 # 답글

    돈 찍어내서 경기 부양시킨 사례가 없다고 들었는데 orca님은 긍적적으로 보시나 봐요?
  • Orca 2013/07/27 13:05 #

    이번 아베노믹스의 방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사례는 이미 보셨을 수도있겠지만 아래 링크가 답변이 될 수도 있겠네요^^

    http://note100.egloos.com/5757187
  • 응야 2013/08/01 15:26 # 삭제 답글

    근데 궁금한건요.. 아베노믹스에선 물가상승같은 요인은 고려를 안한건가요?
    사실 전정권 초창기에 시행됐던 고환율정책으로 인한 물가상승폭이 꽤나 컸던걸로 알고있는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식료품이나 원자재는 거의 외부에서 조달하고있고, 이런 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겠다고 윤전기를 막 돌린다?? 과연 내수가 살아날수있을까요


    Orca님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 Orca 2013/08/04 22:16 #

    아 이건 기대 인플레이션이 디플레로 부터 탈출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씀 대로 수입 물가는 올라가지만, 그것 보다 일본 수출 기업의 경쟁력 회복으로 인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죠.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읽으셨을 수도 있지만 제 포스팅 2개 참조 부탁드립니다...ㅎㅎㅎ

    http://note100.egloos.com/5757187

    http://note100.egloos.com/575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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