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3월 비농업부문 고용증가가 시장의 컨센서스인 193,000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88,000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자 기존의 미국의 경기회복이 진행중이라는 주장에 다소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숫자만 가지고 장기 추세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이 숫자는 미 가구의 표본 조사를 통해서 조사한 것이며 실제 수치와 차이의 변동성이 꽤 큰것으로 악명(?) 높은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난 금요일 발표된 수치는 단순한 데이터 집계 과정의 노이즈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고용의 원인이 미국의 자동예산삭감, 시퀘스터(sequester) 라고 말하는 것도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시퀘스터로 인한 기업의 고용감소는 이렇게 단기간에 갑자기 수치상으로 나오기는 어려우며, 최종적으로는 연말 정도에 소매판매 실적에서 그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3월 지표 하나만 가지고 우리가 일희일비할 필요는 전혀없지만 이 수치, 그리고 고용시장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한 번 살펴봐도 좋을 것 같아서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두 그래프는 2007년 부터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의 감소와 회복 추세를(붉은색 선) 미국의 다양한 경기불황기(첫번째 그래프)와 다른 국가들의 금융위기(두번째 그래프)와 비교한 것입니다. 살펴보면 이번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의 감소 및 회복은 미국의 여타 경기불황기와 비교해보면 그 감소폭도 크고 회복도 매우 지연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이 경험했던 금융위기 보다는 그나마 나은 정도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미국의 실업률이 최근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경기회복의 청신호로 여겨진다는 뉴스를 가끔씩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래프 참조)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즉, '경제활동인구' -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탐색하고 있는 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기 때문에 일자리 탐색을 포기하거나 각종 이유로 일도 안하고 구직활동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면 고용시장이 호전되지 않아도 실업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다시 위의 그래프는 미국 고용률(생산가능 인구대비 취업자의 비율)의 시계열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입니다. 미국의 고용률은 62-63% 수준을 유지하다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58.2-58.7% 수준으로 떨어진 후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이 그래프를 통해 우리는 미국 생산가능 인구 중 비경제활동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마도 증가했을 것이며 따라서 실업률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위의 추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것이 이 그래프 입니다. 위의 파란색은 노동가능 인구 대비 노동시장참여 인구의 비중을 보여주는 '노동시장 참여율'이며 아래 붉은색은 위에서 설명드린 '고용률' 입니다. 물론 참여율의 감소는 호전되지 않는 경기상황으로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한 사람들의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등 노령화되는 인구 구조도 그 원인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실업률, 노동시장 참여율, 고용률을 비교할 때 우리는 고용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위 두 그래프의 수치가 상이한 이유는 첫번째는 16세 이상의 인구를 기준으로, 두번째는 25-54세 인구를 기준으로 자료를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고용시장의 또하나의 문제는 그 '질' 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미국 노동자 중 식당 이나 술집 같은 음식료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노동자 중 음식료업에 종사하는 비중은 7%를 상회(13명 중 1명)하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문제는 음식료업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의 시급은 $11.98으로 민간 부문의 평균 시급 $23.82의 절반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됩니다. 즉, 전체 고용에서 질낮은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아직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고용의 질도 하락하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이 고용시장 외 다른 부분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한 번 지난 4월 3일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존 윌리엄스(John C. Williams)의 연설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보겠습니다.
Instead, I’m looking for convincing evidence of sustained, ongoing improvement in the labor market and economy. The latest economic news has been encouraging. But it will take more solid evidence to convince me that it’s time to trim our asset purchases. An important rule in both forecasting and policymaking is not to overreact to what may turn out to be just a blip in the data. But, assuming my economic forecast holds true, I expect we will meet the test for substantial improvement in the outlook for the labor market by this summer. If that happens, we could start tapering our purchases then. If all goes as hoped, we could end the purchase program sometime late this year.
간단히 요약하면 현재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자산매입 조치를 중단하는 출구전략은 노동시장 등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확실히 나타날 때 점진적으로(tapering) 시행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여름 정도에 노동시장의 가시적인 회복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처음에 언급했듯이 4월 5일 발표된 실망스러운 미 고용인구의 증가가 단순한 노이즈 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로 최종 확인된다면 미 연준의 출구전략도 당분간 연기될 것이며 따라서 미국의 경우 현재 저금리의 정상화, 즉 금리의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사태라는 돌발적 변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것을 논외로 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이미 경기부양을 위해 최대 20조의 추경을 공언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정부지출 만으로는 그 부양효과가 미미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통화정책과의 공조 - 현 정책금리의 유지 혹은 추가 인하 - 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일본 아베 정부의 파격적인 통화정책은 자국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유발하는 것이 그 주 목적이기는 하지만 그 부산물로 주변국들 사이에 환율전쟁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우리나라의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입니다.
다시말해서 우리나라도 현재 금리가 상승할 논리적 근거(rationale)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지금같은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더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간단한 예상과 함께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Josh Lehner (2011), "This Time is Different, An Update", Oregon Office of Economic Analysis
덧글
http://blog.naver.com/hong8706/40186139816
지금은 밤이 늦었으니 요 링크 포스팅의 답글에서 제가 링크건 보고서를 보셔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아님 링크된 블로그는 중국관련 카테고리가 따로있으니 그 부분을 보셔도ㄷ될 것 같구요^^
더군다나 추경의 실질적인 효과가 4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심스럽군요.
총체적 난국인데 쓸 수 있는 카드는 정말 손에 쥔게 없는 상황입니다.
...김중수 총재도 똥쭐타는게 보이더군요. 지금 금리 카드 쓰면 정말 하반기 반등실패시 쓸 카드가 전무한 상황이 벌어지니 -_-;;;
이번에도 '당했다'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ㅎㅎㅎ
2. 교과서에 실린, 우리가 잘 아는 뉴케인지언의 거시정책 기본 전략은 가격 격징성을 이용하여 기존 고용 근로자의 실질 소득을 약간 낮추더라도 고용을 늘려 총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불황기에 저숙련`저학력 근로자의 삶이 중산 계층 보다 더 빨리, 더 깊게 황폐화되는 것은 정말 우울한 일이지만, 불황기에 저임금 일자리의 확대를 불평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절실한 기회임에 분명합니다.
3. 한국의 기대 인플레 심리가 높은 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심리가 여전히 좋지 않고 대외변수(일본의 화폐증발) 등으로 인하여 아마 당분간은 금리 인상이 어려울 듯 합니다.
http://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raskin20130418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