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1 00:19

선진국의 취약한 국가부채, 그리고 향후 전망 Business


지겨웠던 비가 그치고 맑은 날이 찾아왔다 싶더니 벌써 밤공기가 선선해 지는군요.
이제 올해 여름도 얼마 안남은 것 같습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주가의 향방이 어떻게 되느냐을 예측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으니, 오늘은 최근 글로벌 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선진국, 특히 유럽 지역 국가 부채의 취약점과 그 향후 전망에 대한 리포트를 요약하여 다음과 같은 순서로 포스팅을 진행,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Ⅰ. 국가 부채의 취약성
Ⅱ. 국가 부채와 은행 부문과의 상호작용
Ⅲ. 국가 부채 축소의 험난함 - 유럽의 예
Ⅳ. 맺음말

예전 포스팅 처럼 시사상식에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진행할테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어지는 내용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Ⅰ. 국가 부채의 취약성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는 재정 수지입니다. 한편으로 2008년 금융 위기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민간 금융기관의 사적 손실을 정부 즉,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여 공공화 시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계선이 모호해진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 주로 은행 - 간의 자산 및 부채의 이동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래 Table1.은 선진국들의 GDP대비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보면 유로 통화권은 92%, 미국은 93%, 국가 재정위기가 실제로 발생한 그리스는 129% 입니다.


그런데 국가 부채의 규모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이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만약 한 국가의 순 부채(net debt)가 (+)라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재정 수지를 흑자로 반전시켜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Table 1. 에서 미국의 CAPB* (Cyclically Adjusted Primary Balance)는 GDP 대비 -7.2% 수준인데, 미국의 국가 부채가 상환 가능하다는 신뢰를 투자자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 수치가 미래에는 (+)로 반전되야 할 것입니다.

* CAPB : 기초 재정수지 (Primary Balance)에서 정부 재정 정책 등으로 인한 특이 요인들을 조정한 후의 수지

* 기초 재정수지 : '국채 등 차입금을 제외한 세입'과 '차입금 변제를 위한 경비를 제외한 세출'의 차이

                      국가의 차입활동으로 인한 자금의 유입(국채의 발행 등) 과 유출(국채 상환 및 이자지급)을 제외한
                      수지로 이해하면 편하다.

최근 IMF에서 발행한 자료도 이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래 Figure 1.은 2030년 까지 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60% 수준으로 - 일본은 80% - 낮추기 위한 재정긴축 규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GDP대비 10% 정도 재정 긴축을 실시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2030년 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60%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긴축 규모.
좌측부터 재정긴축 규모,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를 고려한 긴축 규모, 2010~2016년 실제 계획된 긴축 규모 ]


GDP대비 10% 정도 재정 수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문제는 가속화 되고 있는 인구 노령화로 인한 의료 및 사회 안전망 관련 비용을 고려할 경우 국가 부채 축소를 위한 긴축 규모는 더 확대 되야만 한다는 점입니다(중간 그래프). 맨 우측의 실제 계획된 재정긴축 규모와 바로 우측의 두 그래프 와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이를 달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가 대충 짐작됩니다.

즉, 국가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의 부채 규모와 기초 재정수지 뿐 만이 아니라 향후에 정부가 고통스러운 재정 긴축 - 세수의 증대, 공공 부문 지출의 감소 등 - 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한다는 말은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 국가가 자국민에게 고통스럽고 따라서 반항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긴축 정책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Ⅱ. 국가 부채와 은행 부문과의 상호작용


여기서 잠시 옆으로 벗어나 국가 부채와 민간 금융 부문 - 특히 은행 - 의 관계를 짚어 보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은 이제 민간 금융 부문의 건전성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예를 들면 금융에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잘못된(?) 관계를 맺고 있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그리스 처럼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정부가 자국 정부에 대한 보유자산 노출을 빼고는 문제가 거의 없었던 은행 부문을 같이 끌어안고 구렁텅이로 빠지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아이슬랜드와 아일랜드 처럼 국가경제 규모 대비 과대해진 금융 부문이 무너지면서 국가도 위기에 빠트리는 경우입니다. 2008년 아이슬랜드 금융 부문의 자산은 자국 GDP의 1,000%에 달했으며, 아이슬랜드 정부는 이들을 구제해 주다가 국가도 같이 공멸할 위험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이 은행들이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쪽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아일랜드는 GDP대비 500%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했던 자국 은행들에 대하여 지급 보증과 같은 구제를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은행들과 손을 잡고 국가는 점점 지급 불능의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는 아일랜드의 약간 완화된 버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국가가 금융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외국계 투자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자 포트투갈과 같은 국가에서는 국내 기관들이 최후의 보루로서 공공 부문의 부채를 매입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국가의 민간 금융부문에 대한' 또는 반대로 '금융 기관의 자국 공공 부문에 대한' 노출은 증가했으며, 결국 국가 재정과 그 국가의 은행 부문은 운명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Ⅲ. 국가 부채 축소의 험난함 - 유럽의 예


그렇다면 실제로 국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유럽에서 국가 부채의 축소를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국가 부채의 축소는 자국민들에게 고통을 분담시킬 수 밖에 없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와 '능력'을 둘 다 갖추어야 하는 쉽지않은 일입니다.

비록 중앙 정부가 존재하지 않기는 하지만 EU, 좀 더 한정지으면 유로 통화권은 국가 부채와 재정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도구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결단에 이르기 위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는 매우 힘들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면, 그리스는 2012년 까지 250억~300억 유로의 자금 조달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리스는 이제 채권 시장에서 국채 발행을 통하여 이 정도의 자금을 조달하기는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일단 자체적으로 국가 자산의 민영화를 시도할 수 있으나 이는 국내 정치 상황을 미루어 볼때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또는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에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EFSF에 의한 지원은 유로권 17개 국가의 만장일치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17개국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면 유럽 중앙은행(ECB)는 EU로 부터의 자금 지원에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EFSF는 유로권 17개 국가의 만장일치를 필요로 하지만, EU로 부터의 자금지원은 27개 국가로 부터 일정비율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유로권의 붕괴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화를 포기한다는 것은 유로권이 아닌 유로화를 포기한 국가의 경제적 자살행위가 될 확률이 아직은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예외가 되는 국가가 그리스 입니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고 새로운 통화를 도입하면 즉시 50% 정도의 화폐가치 절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이를 통해 그리스는 순식간에 국가 경쟁력을 되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좀 두서없이 말씀 드렸는데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은 그리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이런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국가에 문제가 생기면 ECB의 각종 금융안정을 위한 산하 기구들의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Ⅳ. 맺음말


잘 보셨나요? 지금까지 선진국들의 국가 부채의 취약성과 이를 감소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들 유럽을 중심으로 잠깐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달러'라는 세계의 기축 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 조차 물론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신용 평가사인 S&P로 부터 AAA 신용 등급을 박탈당했습니다.

미국은 거대한 경제규모와 더불어 '달러'라는 기축 통화를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었고,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이라는 투자자들의 합의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S&P의 신용등급 강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믿음에 대한 심리적 붕괴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2년 미국 대선의 결과가 행정부의 정치적 분열을 가시화 혹은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 된다든지, 미국 지방자치 정부 중 몇군데에서 지급 불능사태가 발생한다면 심리의 붕괴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이를 샐행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메커니즘 혹은 리더십의 부재와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에 우선시하여 적용하는 악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를 국가 부채로 인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여러 선진국들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으로 생각됩니다.


[참조자료]

Willem H. Buiter (Chief Economist, Citigroup London),
The Debt of Nations : Prospects for Debt Restructuring by Sovereigns and Banks in Advanced Economies,
Setember 2011, CFA Institute (Ahead of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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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ca의 雜想 note : 그 많은 국가 부채는 누가 다 갚을까? 2012-04-29 16:03:35 #

    ... 벌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역시 글로벌하게 실시된 정책은 민간 부문의 부채를 국가 부채로 이전시켜 일단 위기를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포스팅 '선진국의 취약한 국가부채, 그리고 향후 전망' 등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부채란건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고 이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순간 더 큰 위기가 시 ... more

덧글

  • jane 2011/08/21 01:09 # 답글

    빚보다 더 큰 문제는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가군요...^^ 잘 봤습니다!
  • Orca 2011/08/21 20:34 #

    자기 능력이상의 빚을 지지 말라는 교과서적인 내용으로...ㅎㅎㅎ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ㅋ
  • 소드피시 2011/08/21 06:06 # 답글

    기간제 대의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갖춘 나라들로는...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 Orca 2011/08/21 20:34 #

    그래도 동적 균형 메커니즘의 묘미만 잘 활용하면 민주주의 만한 제도도 없지요...ㄳ
  • B군 2011/08/21 09:15 # 답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오오..애널리스트 하셔도... ㅎ
  • Orca 2011/08/21 20:35 #

    취미로 쓰는 건데요 머...ㅎㅎㅎ

    격무에 시달리셨던것 같은데...즐건 휴가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 지나가는 나그네 2011/08/21 16:10 # 삭제 답글

    우왕... 최근 내가 본 글 중 가장 분석적이고 예리한 글이네요. 직업이 이 쪽 관련이신가봐요?
    앞으로 자주 들어와서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봉춤 추는 이 토끼는 무언가요? ㅎㅎㅎ
  • Orca 2011/08/21 20:36 #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ㅋ

    봉춤 토끼 귀엽죠?...ㅎㅎㅎ
  • 팬져곰 2011/09/03 18:35 # 삭제 답글

    오오 약속을 지킨 orca쨔응...
    요즘엔 저도 바빠서 인터넷을 하질 못해서 좀 늦었슴다;
  • Orca 2011/09/06 12:11 #

    오 그러시군요...바쁘게 지내시는게 좀 피곤할 지 몰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훨씬 좋을겁니다.

    정확히 먼지는 제가 알 수는 없지만 하시는 일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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