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5 22:33

소련 중전차와 자주포에 대해서 간단히 - ③ [곁다리] 소련 경전차와 SU-76 Советский танк


원래대로 하면 이번에는 소련이 핀란드와의 겨울전쟁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이 경험이 그들의 중전차와 자주포 개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진행해야 합니다만, 저번 포스팅의 리플 중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더 시리즈라, 소련에서 그와 비슷한 기갑 차량으로는 제일 먼저 SU-76이 연상되지 않습니까? 원래 이번 연재(?)는 팬져곰님의 질문인 소련의 중전차와 대구경 야포 탑재 자주포에 대해서 진행하고자 했던거라, SU-76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T-34를 제외하면 제일 많이 생산된 소련의 기갑 차량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SU-76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소련 경전차의 한쪽 계보에 대한 이야기가 딸려오게되니 어쩌면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나중에 이런 기회가 또 올지 모르니 이왕 생각간 김에 소련 경전차와 SU-76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어지는 내용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련 기갑부대의 눈, T-37/38 그리고 T-40

소련의 초기 전차개발의 역사는 그들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맞물려서, 그당시 외국의 앞선 전차를 수입하여 국산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1920년대 전차 개발의 선두주자는 단연 영국이었으며, 1929년 소련이 영국의 빅커스-암스트롱社 에서 구입한 여러가지 전차들 중에는 혁신적인 수륙양용 정찰용 경전차가 있었습니다.

3톤의 중량에 기관총 1정의 무장을 갖춘 이 경전차는 소규모의 하천을 자력으로 도하할 수 있었고, 이 디자인은 바로 소련의 정찰용 경전차에 채용되었습니다. 무장을 DT 7.62mm 기관총으로 바꾸고 차체를 약간 대형화 하여 부력을 향상시킨 시제차량 T-41이 1931년 완성되었으며, 이를 약간 더 개량하여 제식화 한 것이 T-37 경(輕)전차 입니다.

[ 영국 전차의 수입을 통해서 만들어진 소련 T-37 경전차 ]


초기 모델은 리벳으로 결합된 차체 때문에 하천 도하시 방수가 완벽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으나, 1935년 차체를 용접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1933~36년 사이 1,200여대가 생산된 T-37은 애초 설계대로 소련 전차부대에서 정찰 및 수색 임무를 맡아 붉은 군대에서 1942년 까지도 묵묵히 자기 역활을 수행하였습니다.

 
[ 하천 자력 도하중인 T-37, 어째 승무원들의 표정이 좀 불안해 보입니다...^^ ]


한편 1930년대 중반이 되자 T-37 개량형의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된 개량점은 차체의 높이를 낮추고 무게를 경량화하며 여기에 개선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을 탑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개선된 전차는 T-38로 명명되었고 전작인 T-37에 비해 더 조종하기 쉽고 도하능력도 뛰어난 정찰용 경전차가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무장은 기관총 1정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 T-37의 개량형 T-38 ]

[ 서스펜션은 이런식으로 기동합니다. ]


전 모델인 T-37과 마찬가지로 정찰 임무에 투입된 T-38이었지만, 이 모델은 당시 소련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몇몇 시험적인 역할의 테스용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우리들에게 익숙한 건 공중강습용 기갑차량으로 활용되는 모습일 것입니다.


[ 머 이런 이미지는 이제 익숙하죠~?, 사진의 전차는 그런데 T-37인듯 ]


이 외 특기할 만한 실험으로는 1940년 수 대의 T-38이 라디오 원격 조종장치와 폭약을 장비하고 벙커 및 장애물의 제거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독일의 원격 조종되는 공병용 차량인 'funklenkpanzer'와 비슷한 개념이었던 듯 합니다.

에니웨이 비록 소폭의 성능 개선에 그친 T-38이었지만, 이 차량도 1937~39년 1,300대가 생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T-37/38의 최대 장갑 두께는 10mm 수준이었습니다. 뭐 소화기의 사격을 방어할 정도는 되겠지만 중기관총의 사격에도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방어력이 왠지 불안했던지 1938년이 되자 방어력 향상을 위한 신규 경전차가 또 다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T-37/38의 기본 개념을 충실히 따르며 수륙양용 기능도 여전히 갖추게 될 이 신형전차는 앞서 언급한 방어력의 향상과 더불어(장갑 13mm) 더욱 대형화된 차체, 고출력의 엔진, 그리고 강화된 무장(12.7mm 중기관총 1정 + 7.62mm 기관총 1정)을 갖추게 되어 무게는 5.5톤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 대형화된 차체에 맞추어 서스펜션은 기존의 스프링 코일에서 토션바 방식으로 변화되었고, 외견상 꽤 현대화된 느낌의 경전차로 탄생하였습니다.

[ 꽤 모던해진 모습의 T-40 ]


앞서 언급한 고출력의 엔진과 더불어 차체 전면 형상의 개선 등으로 드네프르강같은 대형 하천도 도하가 가능하게 된 T-40 이었지만, 생산이 개시된 시점에 독소전이 발발하고 맙니다. 초기의 혼란속에서 T-40은 정찰임무가 아닌 다른 전차와 같이 전투에 투입되기 일수였고, 비록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T-40의 빈약한 장갑과 무장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때를 잘못 만난 경전차는 200여대가 생산되는 수준에서 단종되고 맙니다.


독일과 소련의 전쟁, T-60 그리고 T-70

T-40의 운명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자만, 독소전의 발발 이후 소련의 경전차는 그 역할이 전쟁전과는 크게 바뀌게 됩니다. 기존의 소련 경전차는 정찰 및 수색이라는 임무에 특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소전 초기 전차의 대규모 손실에 직면한 소련은 필사적으로 전차의 '수' 그 자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독일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전에 우랄 산맥등의 후방 지대로 소개되는 중이었던 소련의 산업시설의 현실을 감안할 때, T-34 혹은 KV 전차의 생산에는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비교적 단순한 생산시설에서, 값싸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경전차는 이제 더이상 기갑부대의 '눈'이 아니라 부족한 전차의 수를 메꾸며 다른 전차들과 나란히 독일과 맞서야 하는 역할이 부여된 것입니다.

이런 변화된 역할에 맞추어 생산된 경(輕)전차로 나오게 된 것이 T-60 입니다. 1942년 까지도 만연했던 T-34전차의 부족분을 어떻게 해서라도 메꾸기 위해 설계된 이 전차는 T-40의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차체 형상 및 방어력의 개선(장갑 20mm) 그리고 일단 관통력은 37mm 대전차포와 비슷한 수준인 항공기용 ShVAK 20mm 기관포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다각형의 포탑에 탑재하여 독일군과 맞서보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 수륙양용 그딴건 필요없고, 싸우자 독일놈들아 쉭~쉭~ ]

[ 원래 항공기용 기관포 였던 ShVAK 20mm ]

[ ShVAK 기관포의 가장 큰 특징인 로터리식 약실을 통한 급탄 ]


[ ShVAK 20mm 를 전차 포탑에 탑재하는 방식 ]

[ 20mm 기관포탄을 보급중인 T-60의 승무원들, 다각형의 포탑에 주목 ]

 
당시 소련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 전차는 우선 생산 대상으로 지정되었고, 스탈린도 당장 10,000대를 생산하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경전차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처음에는 적당하다고 생각됬던 20mm 기관포의 관통력도 점저 두꺼워지는 독일 전차의 방어력에 점점 무력화 되었고,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정면 장갑을 35mm 까지 증가시키자, 경전차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야지 기동성은 T-34보다 오히려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T-60의 이론적인 속도는 노면 44km/h, 야지 22km/h 였지만 이는 지속하기 힘들었고, 같은 편제에 소속된 T-34, T-60 두 전차가 같은 속도로 기동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큰 문제였지만 독소전 초기 전차의 부족에 시달리던 소련으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 KV 曰 : 얼른 따라와라 이자식아~ -_-;; ]

[ T-60의 엔진 및 구동장치는 이런 구조입니다. ]

[ 따라서 엔진은 오른쪽에, 포탑은 왼쪽에...비대칭적인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


한편 독일의 전차를 상대하기에는 점점 힘겨워진 20mm 기관포를 대신해서 45mm 전차포를 T-60 경전차에 탑재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T-60의 소형포탑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한계에 봉착된 T-60전차는 43년 6,000여대가 생산된 후 단종되고 맙니다.

[ T-60에 45mm 전차포를 탑재한 시험용 모델 ]


T-60의 후속모델인 T-70은 더 강력한 무장(45mm 전차포)을 탑재하기 위해 연장된 차체(로드휠 1개 증가), 두꺼워진 장갑(60mm)을 제외하면 T-60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60mm로 증가된 장갑때문에 야지기동성은 더욱 나빠졌고, 독일 전차의 개선은 45mm 전차포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소련 경전차는 승무원 2명으로 운영되었는데, 전차장은 포수 및 장전수의 역활도 겸할 수 밖에 없어 전투시의 반응 속도도 5인 승무원으로 운영되는 독일전차에 비해 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독소전 중반까지 소련은 전차의 부족분을 이 경전차를 통한 보충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T-70도 43년 생산중단될 때까지 약 8,200여대가 생산되었습니다.

[ T-60의 후계자 T-70 ]


소련 경(輕)전차가 붉은 군대에서 가지는 의미

지금까지 소련의 경전차가 소련 전차의 부족한 수를 메꾸기 위한 일종의 '간이 생산형' 전차로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과 그 생산대수가 만만히 볼 수준은 아니라는 것은 몇 번 언급했지만, 과연 소련의 전차 부대에서 경전차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 였을까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비록 실제 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소련 전차 부대의 편제표를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1941년~42년 기간에 걸쳐 소련의 경전차는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록 T-34라는 전설의 반열에 오른 전차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소련의 경전차들은 나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소련 입장에서 가장 암담했던 독소전 초기에 붉은 군대를 구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개의 에피소드를 더 말씀드리면, 1943년 쿠르스크의 프로호프카 전차전 당시 투입된 700~800대 수준의 소련 전차 중 약250여대가 T-70 전차였다고 합니다.

[ 쿠르스크 전투 당시 대기중인 T-70 경전차 ]


역전의 용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SU-76

소련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막대한 희생을 감내하며 그 임무를 수행했던 소련의 경전차들도 소련의 전차 생산이 본궤도에 도달하며 더욱 강력해진 신형 전차 및 기갑차량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점점 일선에서 모습을 감추고 본래의 역할인 정찰임무나 야포 견인등과 같은 지원 업무에 투입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들의 독소전에서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1942년 부터 T-60의 차대위에 ZiS-3 76.2mm 포를 개방형 전투실에 탑재하는 자주포가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역시 T-60의 차체는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소형이었기 때문에 그 후계자인 T-70의 차대를 활용하여 탄생한 자주포가 바로 SU-76 입니다.

[ 새롭게 탄생한 SU-76 ]


바로 이어서 T-70 차대의 문제점 중의 하나였던 엔진과 구동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T-70은 두 개의 엔진을 병렬로 탑재하여 한개의 엔진이 한쪽 트랙을 구동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합니다. 이를 다시 일체화 시킨 방식으로 변경한 차대를 활용한 모델이 SU-76M으로 주력 양산 모델로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1943년 초반 등장한 시점에서 SU-76M은 최고의 자주포로 불리기에는 화력이 빈약했고, 오픈형 전투실은 종종 그 탑승자들로부터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병지원, 대전차자주포 등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고, 결국 소련 경전차 차대를 가장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SU-76M과 같은 형태의 차량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SU-76은 14,000여대가 생산되어 T-34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생산된 소련의 기갑차량이 되었습니다.

[ 시가지에서 화력 지원중인 SU-76 ]



마무리하며.....

오늘도 머 별 내용없이 긴 글이 되었군요. 하지만 T-37 부터 시작해서 T-70으로 이어지는 소련 경전차 계보에 속한 것들의 독소전 중반까지의 활동을 보면, 비록 실력은 뒤지지만 마지막 라운드의 종료 벨이 울리기까지 끝까지 링위에 서있었던 근성있는 복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차대를 활용한 SU-76은 T-34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생산된 소련의 기갑차량이라니 이정도면 해피엔딩 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 참조 자료 ]

Tim Bean & Will Fowler, Russian tanks of world war Ⅱ, 46~59 p
http://www.battlefield.ru/en/tank-development/26-light-tanks/431-t37-t38.html
http://www.battlefield.ru/en/tank-development/26-light-tanks/92-t40.html
http://www.battlefield.ru/en/tank-development/26-light-tanks/97-t60.html
http://armor.kiev.ua/Tanks/WWII/T40/
http://armor.kiev.ua/Tanks/WWII/T60/t60
http://armor.kiev.ua/Tanks/WWII/T70
 

덧글

  • 시쉐도우 2010/09/25 23:29 # 답글

    Orca님의 소련 전차/자주포 이야기 흥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___^
  • Orca 2010/09/26 20:20 #

    아...오랜만입니다...추석은 잘 보내셨죠?...^^

    날씨가 아침에는 쌀쌀해지던데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걸려봤는데 요즘감기는 상상외로 독하더군요...-_-;;)
  • 대사 2010/09/27 10:20 # 삭제 답글

    1943년 이후 표준적인 소련전차여단 구성이 T-34 2개 대대(대대당 21대) 와 T-70 1개 대대(21대)라고 하더군요..
  • Orca 2010/09/28 18:15 #

    아...예...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소전 중반까지 이정도 비중을 차지했는데, 별 관심을 못받는 기갑차량들이라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팬져곰 2010/09/27 18:30 # 답글

    이번 글도 잘 보았습니다~ㅋㅋ 댓글하나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또한 이번에 소스로 소개시켜주신 http://armor.kiev.ua/Tanks/WWII란 좌표도 신선하군요~
    얔퉁판쩌만 기웃거리던 소시민에게 좋은 양식이 될것같습니다~(다만 노어라서...구글 해석출바를 쓰면서 적절히 필터링하면서 읽어야 겠습니다ㅠㅠ)
    음...그나저나 zis이란 제식명 체계는 감이 안잡히는군요^^;zis-1은 군용트럭이었고, zis-3은 그 유면한 76미리고 zis-30은 구축전차이니...그냥 스탈린아저씨가 지 꼴리는대로 맘에 드는 공장보고 "스탈린공장임"하면서 스탬프 꽝꽝 찍은것 같습니다ㅠㅠ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ps.한가위정도때 블로그 분위기 바구셨나보군요ㅋㅋ...좌측엔 고대그리스 미술풍이 있고...블로그가 전체적으로 파랗게 됬군요.어쨌든 약간 늦은 한가위 안부도 전합니다^^:
  • Orca 2010/09/28 18:16 #

    예...소련 경전차는 예전에 한번 써보고 싶었던거라서요...

    말씀하신데로 괜찮은 사이트입니다...올라온 각종 글도 내용이 괜찮고요...
    단, 알아서 하시겠지만 아직 학생이신거 같으니 취미생활은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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