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5 16:11

소련 중전차와 자주포에 대해서 간단히 - ② [곁다리] 야포에 발을 달아보자!!! Советский танк

오늘은 원래 소련과 핀란드와의 '겨울전쟁'에서 얻은 붉은 군대의 경험이 소련 중전차와 자주포의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진행할 계획 이었습니다만, 몇몇 분들이 사진으로 간단히 언급했던 SU-2에 대해서 관심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잠시 옆으로 슬쩍 빠져서 이런 트랙터에 야포를 올려놓은 다소 성의없이(?) 개발된 것 같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 의외로 인기가 좋았던 SU-2 ]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어지는 내용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야포와 트랙터 같은 이동수단을 결합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생기는 것을 거의 상식적으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이런 것들이 없으면 어떤 애로사항(?)이 생기는 지 한번 독일군의 예를 들어서 살펴보도록 할까요?


독일 돌격부대(Stoßtruppen)의 안 좋은(?) 경험

우리들에게 '스톰 트루퍼' 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돌격 부대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보병 '분대'를 자율적 행동이 가능한 전술 차원의 최소 단위로 간주했다는 점, 보병 부대 내에서 각각의 특색을 가진 무기들 - 화염 방사기, 경기관총, 유탄 발사기, 보병포 등 -에 의한 제병협동을 실시했다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포스팅은 야포에 발이 없으면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예로써 독일 돌격부대를 선택한 것이니 이들이 사용한 무기중의 하나인 보병포(Infanteriegeschütz)에 대해서만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알려진 바로는 후티어(Hutier) 장군이 1917년 동부전선의 리가(Riga) 전투에서 이 새로운 전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미 1915년 3월에 참호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여러 부대에 전파하기 위한 일종의 교도 부대로서 최초의 돌격 대대 (Sturmabteilung)이 창설됩니다.

여기서 일찍 시험에 들어간 무기 중의 하나가, 경량으로 전선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면서 직접 사격으로 기관총 진지 등을 제압하는 보병포 였습니다. 후방의 포대와 연락을 해야하는 기존의 야포들과 달리 이들 보병포는 변화하는 전장의 상황에 쉽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으며, 단거리에서 직접사격을 하기 때문에 탄착의 오차 범위도 10~20m 정도를 상회하지 않아서 돌격대가 한 번의 도약으로 진지에 돌입할 수 있을 때 까지 제압사격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기존 야포 지원의 경우 탄착의 오차로 인하여 제압사격시 적 진지내 100m 이내로 접근하는 것이 위험했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큰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의 Krupp 社 는 3.7cm 구경의 돌격포 (Sturmkannone)를 개발하나, 실전 테스트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 돌격 대대의 지휘관으로 부임한 로어(Rohr) 대위는 보병포(Infanteriegeschütz)로 제법 쓸만한 물건을 찾아내게 됩니다.

로어(Rohr) 대위가 몇가지 종류의 경야포를 실험하던 중 찾아낸 것은 러시아군 으로부터 노획한 7.62cm 야포 였습니다. 그는 이 포의 포신을 반으로 잘라서 1.1m로 줄이고, 간접 사격을 위한 조준기를 제거하고 1,000m 이내 직접사격만 가능한 조준기만 부착하는 등의 개량을 통해서 무게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독일의 돌격부대(Stoßtruppen)의 중요한 무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장에서 활약중인 보병포(Infanteriegeschütz), 원산지 표시 Made in Russia ]


자 그런데 아무리 경량화 했다고 해도 포는 포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독일 돌격부대가 1차 방어선을 돌파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최소한 작전술 차원의 성공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동 과정에서 만나게 될 후방 진지 및 예비대와의 전투에서 독일의 지원화기들은 만족스러운 속도로 선두 보병대를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에서 작전술 차원의 성공을 결정 짓는 것은 '철도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겠습니까?

이런 문제점은 직접적으로는 이들 지원화기의 이동 수단과 직결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는 아직 초창기의 물건 이었고, 일종의 사치품 이었을 뿐만 아니라 포탄 구덩이로 범벅이된 양측의 참호와 참호사이의 무인지대를 건너갈 수 있는 야지 기동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주요 견인수단인 말은 어떨까요? 이 충직한 동물들은 수상한 낌새만 보이면 퍼부어지는 포격 - 유산탄에다 공중 작렬탄 까지 - 과 기관총 사격, 그리고 심심하면 독가스도 뿌려지는 무인지대에서 활동하기는 너무나 취약한 존재들이었습니다.

결국 남은 방법은 'X도 ○○으로 까라면 까야하는' 군인들이 인력으로 견인하는 것이었습니다...-_-;;


[ 군대에서_배우는_수_많은_삽질중의_한_예.jpg ]

[ 이번에는 7.6cm 박격포 (Minenwerfer)를 견인하고 있는 독일군 ]


머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금방 답이 나오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쓴거 같은데, 에니웨이 이정도면 굳이 독일 뿐만 아니라 여러 군사 열강들이 최소한 보병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수 있도록 야포에 발을 달아주려고 했는지 쉽게 납득이 되실 것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는 발 달린 포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좀 지나친 소리 같을 지 몰라도 1차 세계대전의 전차라는 것도 결국은 트랙터에 기관총과 야포를 달아놓은 것 - 여기에 추가적으로 장갑 - 일 것입니다. 아래 프랑스의 생 샤몽(Saint Chamond) 전차를 간단히 살펴 볼까요?

[ 꽤 박력있는 모습의 생 샤몽 (Saint Chamond) 전차 ]


어떻게 보면 후일의 돌격포와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는 이 전차도 사실 기본적인 시스템은 트랙터 + 야포 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죠.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 같은데 처음에 독일의 돌격부대로 예를 들었으니 역시 독일의 '발달린 포'를 끝으로 이번 이야기를 마치도록 합시다.


1927년 독일 공화국군(Reichswehr)의 요청에 의해 Hanomag 社 에서 제작된 이 트랙터는 SU-2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트랙터에 77mm 야포를 탑재한 시시한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위의 독일 돌격부대의 경험을 견주어 보면 보병과 함께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지원을 할 수 있는 차량이며 좀 과장되게 말하면 후일 돌격포(Sturmgeschütz)의 조상격으로 보아도 되는 물건일 것입니다.

머 좀 시시한 내용으로 너무 길게 쓴 것 같군요. 사실 SU-2 나 위의 하노마그의 트랙터는 단순히 귀엽거나 성의없는 디자인(?)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러한 차량들이 개발된 배경인 실전에서의 경험, 그리고 후일 기갑차량들과의 발전과 연관시켜서 보면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 참조자료 ]

Bruce I. Gudmundsson, Stormtroop Tactics, 45~49 page
German Stormtrooper 1914-1918, Osprey, 16~18, 50 page 
Spielberger, Sturmgeschütz, 13~16 page
http://armor.kiev.ua/Tanks/WWI/Tractor/



덧글

  • 우마왕 2010/09/05 16:18 # 답글

    Minenwerfer는 구포가 아니라 박격포로 번역하는 게 맞습니다. 구포는 Mörser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 Orca 2010/09/05 16:19 #

    오 그렇군요...사실 저는 구포가 더 와닿기는 하는데 수정하겠습니다...^^
  • 우마왕 2010/09/05 17:05 #

    생각하시기 나름이겠습니다만 당대는 Minenwerfer와 Mörser 가 혼용되는 시기이고, Minenwerfer는 분명 현용 박격포이니 말입니다.
  • Orca 2010/09/05 17:39 #

    아 알겠습니다...저는 머 딱히 근거가 있게 번역한게 아니라 21cm 급의 Minenwerfer 보면 구포가 더 생각나서요...^^
  • 우마왕 2010/09/05 22:18 #

    21cm Minenwerfer가 있었습니까? 제가 알고 있기론 21cm 구포는 Mörser 16, 18 뿐이고 Minenwerfer는 17cm, 22.5cm, 24cm, 25cm만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말입니다.
  • Orca 2010/09/05 23:12 #

    아 제가 본 책에 'trench mortar'로 표현이 되있어서 Minenwerfer 라고 했는데 아닌거 같군요...

    다시보니 제가 본 사진은 24.5cm Minenwerfer 였습니다...



    다음 부터 꼭 다시 확인하고 쓰는 습관을 가져야 겠네요...^^
  • 행인1 2010/09/05 17:47 # 답글

    인력으로 화포를 견인한다라... 지난전 대전차포 포스팅에서도 느낀거지만 저런 물건도 없었다면 아마 보병의 고난은...
  • Orca 2010/09/05 17:54 #

    고난으로 끝나면 좋지만, 사실 위험하기 조차 하니까 말이죠...-_-;;
  • 카니발 2010/09/05 18:28 # 답글

    독일도 별반 다를 게 없었군요(?)


    그런데 보병포는 2차대전때도 쓰였던 것 같은데 1차대전의 보병포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인건가요?
  • Orca 2010/09/05 19:50 #

    예...보병 연대에 직접 배속된 지원화기 였습니다...인터넷에서 편제표 등을 보시면 확인이 가능 하실겁니다...^^;;
  • 만슈타인 2010/09/06 04:13 # 답글

    야포에 발을 달겟다는 야망은 많았지만 결국 ww1이 끝나고 나서 (...)
  • Orca 2010/09/11 21:10 #

    머 여러가지 시도가 있기는 한데요...자주포는 아니어도...기계화 관점에서 트랙터는 꽤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 팬져곰 2010/09/06 16:32 # 답글

    야, 포스팅의 위트가 점점 더 증폭되십니다ㅋㅋ...
    많은 분들이 재밌는 문체로 연재를 하시면서 Orca님의 문체를 빌렸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역시 과언이 아닙니다그려-.ㅋㅋ...
    그런데 마더시리즈들도 외견상으론 그들과 별반 차이나진 않아보이는군요
    기분탓일까요...흐음...
  • Orca 2010/09/11 21:11 #

    별말씀을...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ㅎ
  • 들꽃향기 2010/09/07 05:08 # 답글

    "이 포의 포신을 반으로 잘라서 1.1m로 줄이고"

    -> 왠지 엄청나게 쿨한 발상이군요 ㄷㄷ
  • Orca 2010/09/11 21:12 #

    그래도 1.1m / 7.62cm 하면 14.4 구경장 정도니 납득은 되는 발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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